멜리사의 추억 Tech Geek

내 이름은 몹시 금속성이다. 한글로도 전혀 예쁜 이름이 아니고 사람들이 내가 남자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차갑고 남성적인 이름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두 번 이상을 말해주어야 사람들이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발음이 특별히 어려운 것도 아닌데 아마 여자 이름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뜻밖이라서 그렇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런 불평을 언젠가 서울대학교 성굉모 교수님께 했다가 
"이 사람아, 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열 번씩 불러줘"
그 날 이후로 알아듣기 어려운 이름이라는 데에 대한 불평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많은 한국인 중국인들이 이 곳에서 영어 이름을 가지는 이유는 고유의 이름이 발음하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난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일단 내 이름을 영어로 옮기면 그들은 그게 남자 이름인지 여자 이름인지 전혀 알 수가 없고 다른 이름들에 비해서 발음이 어려운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쇠금자가 두 개나 들어가는 금속성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지만 출장 온 중국 사무소의 친구들이 내 이름을 한자로 적어줬을 때 너무 strong 하다고 이름을 바꾸는 게 힘들면 좀 부드러운 이미지의 영문이름이라도 생각해 봐라며 충고하기까지 했는데 (그 날 이 친구들은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내게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주려고 애쓰고 있었음. 주로 릴리같은 꽃 이름으로.)
심지어 같은 사무실의 친구들도 영문이름을 추천하기 시작한다. 
유진이라는 녀석은 단지 H로 시작한다는 이유로 헨리에타...뭐야? 19세기냐?
앤디는 제이슨이라는 이름을 추천
"야, 내가 제이슨같이 생겼냐?"
"아니"
"그런데 왜 제이슨이야? 남자 이름이잖아!!!"
"너 한글로도 남자이름이니까 웬지 제이슨이 어울릴 것 같아서..."

사실 내가 영문 이름을 필요로 하는때는 샌드위치 주문할 때밖에 없는데 줄리아 로버츠를 사용했다가 한 시간만에 주문한 음식을 받아들고는 다시는 그 이름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

그러다가 지난 금요일 자료를 찾기위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했다. 딱 적당한 이름을. 
Maximum Length Sequence System Analyzer
약자로 MLSSA라고 쓰고 멜리사라고 읽는다!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추억에 잠기는 시간을 잠시 가져봤다.
MLS는 유사 랜덤 시퀀스로 시스템의 특성을 측정하는 광대역 신호로 오랬동안 사용되어 왔다. 지금처럼 로그첩 신호가 새로운 유행이 되기 전까지.
이 MLS 신호를 이용해서 전기음향 측정을 하는 장비의 이름이 MLSSA이고 DRA Lab이라는 곳에서 만들어 팔아오고 있다.
그 회사 웹싸이트를 가보면 대체 장사를 할 생각이 있기나 한 건가 싶을 정도로 황량하기는 한데 이 시스템이 윈도우 콘솔에서 돌아간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건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장비는 사운드카드와 윈도우용 (정확하게는 콘솔용) 소프트웨어.
사운드카드의 ADC 성능은 제법 좋다. 153kHz에 이르는 샘플링주파수를 갖고 있기까지 하니.
MLS 신호를 출력시키고 마이크로 들어온 신호와 크로스코릴레이션을 해서 시스템의 전달함수를 구해주는 이 장비는
20년 전의 컴퓨터 기술을 생각해본다면 그 당시에는 획기적인 것이 틀림없었다. 386/486 같은 시스템에서 돌아갔을 테니까.
CPU의 속도가 지금같지 않고 느려터졌던 시절에 실시간으로 임펄스와 주파수 응답특성을 보여주는 그 기술은 MLS라는 신호의 놀라운 특성에 의해 가능했다. 자기 자신과 크로스 코릴레이션을 했을 때 임펄스를 뽑아내는 MLS는 다른 브로드밴드 신호보다 훨씬 간단하게 임펄스 응답특성을 계산할 수 있었다. 심지어 주파수변환마저도 매우 간단했다. MLSSA는 시간 영역과 주파수 영역을 넘나드는, 시스템의 특성을 규정하는 모든 수학 모듈을 갖고 있었다.

MLSSA를 처음 본 건 전직장에서였다. 입사하자 마자 장비의 사용법을 배우고 측정하는 것들을 배웠다.
윈도우에서 돌아가는, 시대에 발 맞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만든 새 장비 Clio를 도입하기 전까지 나는 MLSSA를 붙들고 수 많은 측정을 했다.
그 때는 윗사람에게 모질게 시달리면서도 동료들과는 결속을 다져가던 시기였는데 MLSSA와 그 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붙어다닌다.
그리고 신입사원들이 들어오고 그러면 또 그들에게 MLSSA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지금은 역사의 뒷장으로 사라져가는 장비 - MLSSA 
(그러게 왜 윈도우 버전 개발을 안 하는 것이냐고)

돌이켜보면 그 때가 내게는 가장 지식을 많이 습득하고 진짜 중요한 것들을 배운 시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밥벌이를 하게된 밑바탕이 된 시기이기도 했다.   악취나는 무향실에서 밤 늦게까지 측정 강행군을 같이 하던 김책임님... 저질 체력이라 무거운 것을 늘 김책임이 들기만 하니 늘 미안했다. 근데 우리 측정 샘플은 왜 이렇게 무거운게 많냐고.  서브우퍼에 플라즈마 텔레비전에...우리와 무향실을 함께 쓰던 진동소음측정 팀의 사람들은 반무향실이 필요해서 항상 바닥에 철판을 깔고 측정을 했다. 우리 차례가 되면 그 철판들을 바깥으로 치워야 하는 게 골칫거리였다. 원래 이전에 사용했던 사람들이 치워주는 게 원칙이나 안 치울 때가 많았는데 그러면 김책임과 나는 그 철판까지 들어서 옮겨야만 했다.  나는 항상 MP3 플레이어, 휴대폰같은 가벼운 거 하고 싶다고 툴툴거렸다.  멜리사는 내 젊은 날의 추억이며 세상에서 가장 끈끈한 동료애의 매개체였다. 지금도 인터넷을 뒤지다가 멜리사로 측정한 그래프를 발견하면 그 시절을 떠올리고 그 동료들을 떠올린다. 지금 일하는 곳엔 멜리사가 없다.

세월이 지나서 하루에 세 번씩 혼자서 부팅을 하던 불안정한 윈도우 XP가 가장 안정적인 윈도우  OS가 되고 비스타가 지나가고 윈도우 7이 나왔다. 멜리사는 아직도 콘솔에서 돌아갈까? MLS는 이제 지나간 유행이 되었고 로그 스위핑을 하는 정현파 신호가 새로운 유행이 되었다. 로그첩이라고 부르는 이 신호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MLS보다 신호대 잡음비가 3dB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모닉 디스토션도 단 한 번에 측정해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CPU 기술의 발전일 것이다. 로그첩을 이용해 임펄스 응답을 구하려면 원 신호의 역함수를 구해야만 한다. 사인 스위핑 함수의 역함수를 실시간으로 구하고 또 실시간으로 컨벌루션을 하는 것은 20년전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PC는 기껏해야 486,  마이크로프로세서도 모토롤라 68000 정도였다. 파워PC가 93-4년께 등장했지만 고가의 CPU였고 DSP는 디지탈 신호 처리의 약자였지 연산을 빨리 하는 마이크로칩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해서 어떤 복잡한 수학적 계산도 무지무지 빨리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로그첩의 역함수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역함수도 구할 정도로 빠른 디지탈 프로세스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한 시대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연다. 디지탈 기술이 비닐 레코드의 시대를 퇴장시키고 CD 시대를 열었으며 압축코딩의 기술과 광대역 네트웍의 기술이 CD 시대를 퇴장시키고 디지탈 다운로드의 시대를 연 것처럼 음향기술자들에게는  MLS의 시대가 가고 로그첩의 시대가 왔다. 이미 이 바닥에는 오랫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던 싸인함수를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유행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어디에나 만연해 있다. 역시 이탈리아에 있는 안젤로 파리나라는 교수가 열심히 학회를 돌아다니며 논문을 발표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MLS에서 로그첩으로 스위칭을 했다. 전직장에서도 그랬고 지금 있는 회사에서도 그랬다.  

그렇다고 MLS가 아주 쓸모없어졌다거나 아주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많은 측정 장비들이 여전히 테스트 신호로 싸인함수를 쓸 건지 MLS를 쓸 건지 물어보지만 멜리사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멜리사는 장비 자체가 MLS에 기반하고 있다. 그 시절 로그 싸인이나 스텝싸인으로는 임펄스를 구할 수 없었다. 실시간 FFT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밴드별 필터에 광대역 노이즈를 집어 넣어서 분석을 하는 타임도메인에 기반한 RTA장비들을 사용했다. RTA의 밴드 필터는 고주파로 갈수록 밴드폭이 넓어서 에너지가 증가하기 때문에 화이트 노이즈를 집어넣으면 주파수 응답특성이 지수함수 모양으로 나온다. 그래서 응답특성이 평탄하게 나오는 핑크 노이즈를 썼다.  그것보다 정밀한 주파수 응답특성을 원하면 스텝싸인을 사용해서 각 싱글톤에 대한 레벨만을 기록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런 측정은 순전히 크기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페이즈 특성은 포기해야 했다. 주변 노이즈에도 취약했다. 

멜리사는 이런 시기에 등장했다.  내게 시스템 전달함수의 경이로움을 보여준 최초의 장비였다. 그래서 결정한다. 이미 내 친구들은 내가 새로운 영문 이름을 쓰겠다고 하면 익숙해하지 않을테니 샌드위치나 커피를 주문할 때 쓰자.  
MLSSA라고 쓰고 멜리사라고 읽는다.  

Karlsruhe 에서 온 물리학자 Tech Geek

여느때와 다름없는 "맥주 시간"이 있는 금요일.
사무실 주방에는 처음 보는 두 명의 덩치 큰 아저씨들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롤랜드라고 소개한 이 분은 알고보니 칼스루에에서 온 물리학자 닥터 그뢰거였습니다.
맞은 편에서 다른 사람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는 또 다른 독일인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너네 회사 뉘른베르크 사무실에 근무하고 나는 그의 친구일뿐 이라고 합니다.

작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이러한 비공식적 방문이 거리낌없이 받아들여지고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거지요.
뉘른베르크 사무실의 남자 마커스가 시드니에 온 건 업무가 아니라 휴가 - 3주전에 도착해서 노던 테리토리부터 아웃백을 휩쓴 뒤 내일 독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시드니에 들렀던 겁니다. 롤랜드는 군대에서 만난 친구로 휴가에 동행했을 뿐, 어쩌다 시드니의 저희 사무실까지 와서 맥주를 마시게 된 겁니다.

키가 너무 커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개를 쳐들고 있어야 했던 저는 집에 돌아오니 목덜미가 뻐근합니다.
그러나 물리학자라는 얘길 듣는 순간 눈빛을 반짝이며 질문 공세를 퍼부으며 박사님을 몹시 귀찮게 해 드렸습니다.
"무슨 연구를 하시나요?"
"저는 나노 테크놀러지를 연구합니다."
"우와, 대단하십니다. 재미있겠어요."
자신의 업무 얘기를 별로 꺼내고 싶지 않으려고 하는 눈치가 보였는데 기예르모라는 친구와 협공하여 이 분을 놓아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가 있었죠.
"현재 기술로 관찰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는 뭐죠? 현미경으로 원자까지 볼 수 있나요?"
"그럼요. 우리가 사용하는 마이크로스코프 중에는 탐침 끝이 한 개 원자단위인 것이 있습니다. 그걸로 스캐닝하면 단위원자까지 관측이 가능하지요."
"얼마전에 파리 한 마리를 마이크로 스코프로 스캐닝했는데, 자연의 세계는 정말 놀랍습니다. 죽은 파리를 가져와서 일단 금으로 도포를 합니다. 만약 도포를 하지 않으면 스코프 탐침은 진공상태에서 스캐닝하기 때문에 진공 속에 들어간 파리는 - 윽,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어쨌든 단위원자까지 관찰하는 마이크로스코프는 절대 주의해야됩니다. 수분이 있어도 안되죠. 표면 처리를 안하면 수분이 달라붙습니다. 진공이 아니라면 공기 분자들로 관측이 가능하지 않고요."
"물분자가 달라붙는 건 어떻게 볼 수 있죠?"
"표면처리를 하지 않으면 현미경으로 보면 물분자가 달라붙어 있어요. 공기중엔 수분이 가득하기 때문에."
"그럼, 원자를 관측하면 원자 종류마다 크기도 다르나요? 수소 원자, 산소 원자 등.."
"그럼요. 아주 다르죠.  보통 원자량이 증가하면 크기가 증가하지만 또 원자량이 아주 큰 것들은 오히려 크기가 작아요. 전자를 많이 보유한 원자들은 핵력이 무척강해서 전체 크기를 쪼그라들게 합니다. 하지만 수소원자같이 전자가 하나뿐인 건 뭐 그다지 큰 핵력이 필요없어서 전자구름이 아주 넓게 분포하고 있지요. 그래서 원자량이 증가하면서 크기가 증가하다가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요."
아아, 현대의 나노테크놀러지는 너무 멋집니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최신 기술은 뭔가요?"
이 질문이 곤혹스러웠나봅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를테면 세포같은 것을 관찰하면 세포는 양쪽에 두 팔을 가지고 있고 그 팔의 끝에는 손가락도 달려 있어요. 이 세포들은 인접한 세포와 두 팔을 이용해 결합합니다. 뭔가를 만나면 손가락을 흡착시켜 착 달라붙지요. (옴마야, 무슨 에일리언같아..) 그런데 세포가 달라붙을 물질을 찾지 못하면 자살합니다. "
아, 굉장히 심오합니다.
"우린 이걸 이용해서 인체의 인공 조직같은 걸 만들면, 세포가 같은 종류로 여기고 달라붙게 만들어서 면역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예요."

최근에 볼츠만의 전기를 다시 읽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그 시절의 물리학 환경에 대해서도 살짝 얘길 꺼내봤습니다. 어쨌든 독일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물리학 지식의 폭발이 있었던 곳이었으니까요.  (볼츠만은 대부분의 시기를 오스트리아에서 보내긴 했으나 독일에서 머문 기간도 있었으므로)

"아, 그렇죠. 그 때는 대단한 시절이었죠. 그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같은 시기에 같은 지역에서 살았다니. 저도 그 생각을 하면 전율을 느낍니다. 그 때는 혼자서 대단한 업적을 발견할 수도 있었죠. 지금은 달라요. 지금은 한 개인이 혼자서 무슨 대단한 업적을 발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랬다고 생각해서 논문을 발표하고 찾아보면 미국의 어떤 놈이 벌써 발표를 하고난 후죠.  또 뭐가 유행이다 싶으면 다들 거기에 달라붙어 가지고 연구하기 때문에 명예를 차지하기도 어려워요. 그 모든 걸 극복하고 뭔가 대단한 걸 결국 생각해 냈다면 당신 지도교수가 와서 결과를 훔쳐가지고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지요."

으하하, 너무 피부에 와 닿습니다.

이 분은 몹시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아, 막 흥분되어 가지고 저는 잠을 설칠 정도였어요. 안 그래도 친구에게 얘기하길 아무런 관련도 없는 본인이 업무시설을 사적으로 방문하는데 프리젠테이션이라도 해야되는 것 아니냐 물어봤대요. 친구분 "무슨 프리젠테이션? 우린 그냥 맥주만 마시다가 오는 거야." 만류했답니다.
우리는 "아쉬워요. 아쉬워요." 합창을 하면서 "다음에 오시면 꼭 프리젠테이션 하세요.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 별 별 것에 다 관심 있답니다."

그 분은 그래서 저에게만 특별히 관련 연구 자료를 포스팅한 웹싸이트의 위치를 따로 적어주었습니다.
잔뜩 기대하고 접속했는데
상세 설명은 모두 독일어로 되어 있습니다. 아놔, 고등학교때 독일어 공부 좀 열심히 해 둘 걸....
  


코코아 무작정 도전기 Tech Geek

날씨는 쨍쨍, 해변에 가기에 꼭 알 맞은 날입니다.
[일기예보엔 천둥번개 - 그러나 현재 날씨는 구름없고 햇빛 쨍쨍]
이런 날 해변에 가면 엄청난 인파가 모래밭을 뒤덮고 있죠.
본다이는 서핑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복잡합니다.


면접도 실패하고 저는 집안에 처박혀 우울한 기분을 극복하려고 코코아 프로그래밍에 도전했습니다.
AARON HILLEGASS의 "COCOA® PROGRAMMING FOR MAC® OS X" 이라는 책이 교과서입니다.
서문을 읽으니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애플 개발자 싸이트에 가서  "Objective-C"라는 문서를 먼저 읽어보라고 합니다.
PDF 파일이라 읽기 귀찮아서 다운로드만 받아 놓고 책장을 넘겼습니다.
"클래스"라는 생소한 개념이 인트로덕션부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보니 나의 프로그래밍 경험이란
1.  FORTRAN
 과학자들의 계산용 언어라는 별명이 있었으나 제가 마지막 세대가 아니었을까요? 대학에 입학하니 터미널실은 유닉스가 아니라 뭔가 괴상한 게 설치되어 있고 FORTRAN 숙제를 했는데 걍 교과서 보고 베끼는 것. 1학기의 절반만 배우고 영원히 사장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그걸 기억한다면 제가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죠.
 2. C언어 Consol Application 
 FORTRAN의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남은 반 학기동안 배워 졸업할 때까지 숙제하기 위해 종종 사용했습니다. 386SX에 1MB의 RAM (예, GB 아니라 MB입니다. 요즘 사람들의 술자리에서 종종 오르내리는  MB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20 MB의 하드 디스크 사양의 컴퓨터로 4년간 열심히  C언어로 숙제를 해서 제출했습니다. 숙제는 확률통계, 물리전자, 통신공학 등 벼라별 과목의 숙제들을 다 했어요. 도스 시절이었던 그 때는 근사한 그래프 그리는 것도 가능했는데  윈도우로 넘어온 후 그래프는 어떻게 그리는 지도 모름. 
3.  MFC
제가 윈도우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해 본 거는 요게 유일합니다. 직장상사의 조임에 못 이겨 (난 윈도우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몰라요!!) 다른 사람 코드 60% 베껴넣고 나머지 40% 제가 만들어서 짜집기해서 어찌 어찌 딱 두 번 해봤습니다. 딱 두 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봤단 얘기죠. 비주얼 C 컴파일러 사용에 대해서는 그 때 어느 정도 손에 익었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객체 프로그램에 대한 개념은 전혀 없어서 C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곤 했습니다. 
5. MATLAB
진정한  GUI 프로그램은 거의 이걸로 만들었습니다. 꽤나 완성도 높은 MATLAB GUI를 구현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MATLAB에서는 객체니 클래스니 이런 개념 몰라도 프로그래밍은 잘 할 수 있다는 거. 엔지니어가 계산 정확하고 그래프 이쁘게 그리면 됐지, 우리는 객체따윈 모른다면서 (실제로 그런 개념을 사용했었는지는 몰라도)...아직도  MATLAB 생각만하면 심장이 쿵쿵 뛰어요. 어쩌면 세상에 이렇게 보석같은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는지. 

서론이 길었습니다.
결론은 제가 클래스나 객체 지향 개념이 전혀 없다는 거.

그런데 코코아 프로그래밍은


혹시 에디터에 저 암호같은 헤더와 변수 이름 보이십니까?
도통 먼 말인지 못 알아먹겠습니다.
예, 인터페이스는 예쁘죠. 애플이니까요.
특이하게도 이 책은 " Hello World"로 시작하지도 않아요.




그나마 "인터페이스 빌더"는  MFC 프로그램의 경험에 비추어 어느정도 이해 가능하지만 텍스트의 해석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거금을 주고 구입한 책인데 첫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전에 벌써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마지막으로 1장의 마지막에 저자가 특별히 알려주는 "How to Learn" 부분을 간략 소개할까 합니다.
프로그램 본론보다 이런 게 훨씬 재미있어요.

저자는 프로그램 강사로 온갖 종류의 사람을 만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성과가 뛰어난 사람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끈기있는 집중력 (Remain  focused on the topic at hand)"이었습니다.

여기에 대해 이러한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1. 잠을 충분히 자라

저자는 하루에 10시간씩 수면할 것을 제안합니다. (제 맘에 꼭 듭니다.) 10시간 자고 일어나면 상쾌하게 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곧잘 떠오를 거라고 합니다.

2.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멈춰라.

많은 사람들이 "이건 나에게 정말 너무 어려워. 아마 나는 멍청한가봐." 라는 생각을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죠.
일전에 저자의 상사중에 "Rock"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칼텍에서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었습니다. IT 업종에 종사하면서 천체물리학과 상관있는 직업에 종사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언젠가 저자가 Rock에게 그렇게 쓸모도 없는 천체물리학 학위를 받은 걸 후회하는지 물었습니다. Rock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쓸모없다니! 그건 굉장히 유용해. 내가 [이건 너무 어려워. 아마 나는 멍청한가봐] 이런 생각을 할 때 마다 [아 참, 나는 칼텍에서 천체물리학 학위을 받았지. 그런 내가 멍청할 리가 없어.] 라고 생각하게 되거든"

저 암호같은 텍스트 코드는 무척 안습이지만
저도 멍청할리가 없는 사람이기에 어쨌든 코코아 프로그래밍에 도전해 봅니다.
뭐 달리 할 일도 없고 말이죠.

맥북 CPU 쿨링 팬 교체하기 Tech Geek

한국에서 짐을 거의 가져오지 않은 관계로 달랑 맥북 하나에 모든 것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6년 최초의 맥북이 출시되자 마자 구입한 완전 초기 버전이죠.
3년 좀 넘게 썼는데 팬이 고장난 건지 CPU 온도가 치솟을 때마다 탱크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정말 엽기적입니다.
계속 듣고 있다간 맥북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게 하는 소리였습니다.
바로 이런 소리입니다. [주의요망]


[맥북 CPU 쿨링팬 탱크소리]

견디다 못해 키 패드를 들어내고 하드웨어 가게에 뛰어가 먼지 털어내는 압축 공기 스프레이 사다가 먼지 청소를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팬 고장으로 의심됩니다. (사무실 데스크탑에서 이런 경험이 한 번 있었습니다.)

홍준님께 조언을 요청하고 그냥 써비스에 맡기면 어떨까요? 했더니 애플 써비스는 일단 열었다 하면 공임만 100달러가 넘는다며 말리시더군요.

있는대로 불쌍한 척을 하고 울고 짜고 했더니 홍준님께서 필요한 부품 (팬과 써멀 컴파운드) 그리고 공구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예, 좀 억지를 부렸다는 생각도 들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리고 많이 고마웠습니다. 
작업에 필요한 참고 싸이트도 알려주셨고요.
이렇게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맥북 팬 교환 DIY를 감행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만일을 대비해 데이타를 외장 하드에 백업했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홍준님이 친히 보내주신 맥북 쿨링팬과 써멀 컴파운드]



[스크류 드라이버]

사실 스크류 드라이버는 십자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그리고 커넥터 뽑을 때 집게가 없어서 일자 드라이버를 보조 도구로 사용했습니다만) 별표 드라이버까지 싸이즈별로 이렇게 보내주셨습니다. Mucahs Gracias
[iFixit 싸이트에 올라온 맥북 팬교환 매뉴얼을 프린트 한 것]
이 페이지도 홍준님이 알려주셨어요.



[스크류를 담아둘 플라스틱 통과 고정용 블루택]
스크류 갯수가 좀 됩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 맞는 스크류끼리 분류해서 기억해 두었다가 재조립해야하므로 블루택을 보조 도구로 준비했습니다.


[아세톤]

기존에 칠해져 있던 써멀 컴파운드를 무수 알콜이나 아세톤으로 지우라고 하셔서 요것도 준비했습니다. 100% 아세톤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첨가물이 들어갔지만 어쩔 수 없이 대용품으로 화장품 가게에서 구입했습니다.


[마카다미아 넛]
[분해 혹은 조립 중간에 심심풀이로 집어먹기 위한 용도]

[마지막으로 맥북이]

매뉴얼에서 시키는 대로 순서대로 스크류를 풉니다. 요걸 재대로 분류하고 보관해두지 않으면 큰 재앙이 닥치게 됩니다.
[그리고 키보드 상판을 열였습니다.]


[문제의 고장난 팬입니다.]
위쪽의 검은 펠트천은 건드리지 말라고 매뉴얼에 써 있었는데 실수로 건드려서 저렇게 떨어졌습니다. 거의 삭았더군요. 그래도 나중에 덕지덕지 다시 붙여놨습니다.


[팬 들어내고 레디에이터 부분은 압축 공기로 다시 먼지를 떨어줬습니다.]


[스크류는 블루택으로 묶음 고정 - 절대로 안 잃어버리고 순서도 기억하기 쉬우라고 한 짓입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맥북으로 변신]



조립후 너무나 조용해진 맥북 - CPU 온도가 치솟아도 적당한 팬 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립과정에서 스크래치가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으나 3년이나 된 맥북에 스크래치 쯤이야...이걸 교환하자고 100달러가 넘는 공임과 애플 써비스의 살인적 부품가를 감당할 의지는 당연히 없었지요. 알고보면 쉬운 맥북 CPU 쿨링팬 교체기였습니다;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피츠버그의 홍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디어 메모] Front Row와 디지탈 악마 아이디어 메모

광학매체의 시대는 끝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핫트랙스에서 지갑이 비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컴팩트 디스크를 사모으던 내가 오늘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디지탈 악마가 세상을 장악해버리기라도 한 것일까?
어쩌면!!!

맥북 Front Row를 돌리면서 음악을 듣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나는 아무래도 내가 가진 모든 음악 CD를 백업 받기 위해 거대한 하드디스크를 구입해야겠다.
지금까지 줄기차게 PCM 스테레오에 광적으로 집착하느라 Front Row를 그다지 이용하지 않았었는데
거대한 하드디스크가 있다면 AIFF로 그대로 백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정당하게 모든 가격을 지불했다.)

하드디스크를 음악 전용으로 쓰면 나만의 뮤직 스테이션을 가질 수 있다.
귀찮게 CD를 케이스에서 빼서 플레이어 트레이에 넣고 빼며 다른 트랙으로 건너뛰기 위해 넥스트 버튼을 신경질적으로 누를 필요도 없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듯이)

싸구려 트레이에서 들리는 모터 소리도 들을 필요가 없고
괜찮은 기계라고 얻어온 플레이어에서 계속 험 잡음이 들려 신경쓰일 일도 없어진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광디스크에 집착했던 것일까?
구시대의 유물이다.
스테레오파일에서도 언급했듯이 말이다.
난, 왜 이렇게 유행과 트렌드에 뒤쳐지는지..언제나 변화의 끝자락을 마지못해 붙들고 간다.

Front Row 같은 훌륭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굳이 망설일 게 뭐가 있을까?
Air Tunes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2년전부터 했었는데 다행히 Airport Express의 가격도 내렸다.
무선으로 송신하는 데이타가 PCM 스테레오를 에러없이 완벽하게 재생해줄 수 있을까 하는 게 유일한 기우였지만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술적 내용을 잘 몰라서 막연하게 갖고 있는 편견일수도 있다.
만약 그게 굳이 문제가 된다면 그냥 유선을 연결해도 된다.

필요한 것은 그저 거대한 하드디스크
PCM 스테레오 포맷을 그대로 저장할 경우 한 곡당 40MB씩 잡으면
1000곡을 담으면 40G쯤 필요하겠네. 1000곡이면 CD 100장 정도?
내가 가진 CD가 정확히 몇 장인지 잘 모르지만 요즘 누가 40G HDD를 사는가? 최저 사양의 컴퓨터도 그것보다는 많다.
거대하다고 말하려면 그래도 500GB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헉, 12500곡의 AIFF 파일을 담을 수 있다. CD 한 장에 20곡씩 들어있다고 해도 625장)
역시 구체적으로 계산해보지 않으면 나처럼 문명의 편리함을 그냥 지나치게 된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늘 구체적 수치를 계산해서 기억해 둘 것!
생각이 현실이 되는 날은 예상외로 가깝거나 어쩌면 이미 지나쳤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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